[스크랩] 두타산 무박산행
비가 내리는 10월의 첫째 주말인 2일, 저녁10시.
하나, 둘, 성남모란시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성남 한울 산악회 산 친구들은 모두 13명.
산에 미쳤거나 상태가 안 좋은 정신이상자들? 아니면 이 비속에도 무박 산행을 시도하는 진정한 산 꾼인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겉모양? 은 모두가 즐거워 보인다.
성남모란시장을 떠난 버스는 강원도 동해시를 향해 어둠속을 내 달렸다.
이번 산행코스는 강원도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위치한 두타산과 청옥산이다.
비로 인해 산악회 임원진은 이번산행코스를 현장에서 상황을 보며 유동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 했다.
30여분을 달렸을까, 어둠속 버스 유리창을 때리는 비 소리에 가슴을 졸이며 잠을 청하고 있는 가운데 차 뒤편에서 자지라지는 여자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두 놀라 바라보니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네가 웬 썬 그라스를 쓰고 모두를 바라보고 있다.
웬 귀신?
알고 보니 한 회원이 집에서부터 준비해온 귀신소품이다.
이 소동? 으로 한 순간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갔으며 50대에도 귀신놀이를 할 수 있는 피터팬 신드롬이 어둠속 차내의 정막 감을 순식간에 웃음으로 떨쳐 내게 했다.
아침 6시,
차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날이 밝아오면서 예정됐던 코스를 수정, 산행을 시작한다.
모두의 바람 탓인지 밤사이 세차게 내렸던 비가 오늘은 내리지 않는다.
오늘 정한 산행은 무릉계곡주차장-무릉계곡-삼화사-학소대-두타산성-두타산(1353m)-박달령-청옥산(1404m)코스다.
오늘 산행의 백미인 두타산의 두타는 불교에서 머리를 흔들어 번뇌를 떨어뜨리고 수행 한다는 의미를 가졌고, 청옥산의 청옥은 아미타경에 나오는 극락의 일곱 가지 보석 가운데 하나다.
이 두 산 사이로 흐르는 계곡이 무릉계곡인데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그리워한 이상향이 무릉도원이다.
이 범상치 않은 산 이름과 계곡지명이 오늘산행의 일정을 한껏 기대하게 한다.
또한 두타·청옥산은 바다가까이 백두대간 능선이 흐르는 구간으로 아름다운 무릉계곡을 품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1300-1400m급 웅장한 능선과 온갖 야생초와 약초가 그득한 곳이다.
주차장을 지나 관리 사무소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바로 무릉계곡의 빼어난 경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금란정 옆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바위가 무릉반석 이다.
1500평에 이르는 바위 바닥에는 조선시대 명필 양사언의 글씨를 비롯한 수많은 묵객들의 시와 이름이 가득하다.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로 지낸 김효원은 여러 곳을 유람하며 돌아보고 난후 하늘 아래 산수로 이름 있는 나라는 해동조선과 같음이 없고, 해동에서도 산수로 이름난 고장은 영동같음이 없다라며 영동에서도 명승지는 금강산이 제일이고 그 다음이 두타산이라고 기록했다 한다.
이곳을 지나 신라 고찰인 삼화사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관음폭포 하늘문 문간재를 거쳐 청옥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이고, 왼쪽으로는 학소대를 거쳐 용소 폭포로 가는 산책로이다.
아침 이른 탓인지 학소대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우리 일행뿐이다.
어제 비와 바람으로 산책로에는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상수리가 길을 덮고 있다.
모두 상수리 줍기에 나섰다.
다람쥐와 산 동물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작은 물욕에 강한 인간인지라 줍고 주운 상수리가 봉지 가득하다.
일단 바위 속에 주은 상수리를 다람쥐처럼 은폐하고 평탄한 숲길을 걸어 단풍터널을 통과하자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형상의 거대한 바위가 나온다.
옛날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다.
조금 더 올라가면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두타산성으로 올라가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30여분정도 가파른 산행을 하면 8부 능선쯤에 고풍스러운 소나무와 빼어난 암석이 어우러진 절경인 두타산성에 나타난다.
두타산성은 1414년 태종 때 삼척부사 김맹손이 축조했다고 전해지나 그 이전 102년 신라 파사왕 23년 때 처음으로 쌓았다고 한다.
또한 고려 충렬왕 때 이승휴(1224-1300)가 이곳일대에 은거하면서 스스로 두타산 거사(동안거사)라고 칭하며 한민족이 단군을 시조로 한 단일 민족임을 처음으로 밝힌 역사서 제왕운기를 저술했다고 전해진다..
옛 두타산성 높이는 1.5m, 그 길이가 2.5Km에 이른다고 기록돼 있으나 현재는 부분적으로 성벽만 남아 있다.
이러한 천연의 요새인 두타 산성일대는 임진왜란 때 왜병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였고 한국전쟁 뒤에 남부군으로 알려진 빨치산이 지리산에서 소백산과 백두대간을 거쳐 북으로 가기위한 루트로 국군과 빨치산 간 총격전이 치열했던 아픈 과거를 간직한 곳이다.
두타산성에서 위로 조금 오르면 오른쪽으로 산성12폭포의 장엄한 폭포가 나타난다.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계속하면 궁궐터에 이르다.
이곳에서부터는 육산으로 능선을 타고 오르면 오른쪽으로는 수려한 노송과 왼쪽으로 단풍나무와 떡갈나무의 잡목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산행 곳곳에 동쪽으로는 동해바다와 북으로 청옥산과 무릉계곡을 감상할 수 있는 암봉이 있으며, 북쪽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 속에 물들기 시작한 울긋불긋한 단풍 또한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또한 두타산정상을 500여m 앞두고 좁은 잡목사이를 걷는 묘미 또한 솔솔 하다.
11시 13분 드디어 확 트인 두타산 정상에 올랐다.
해발 180m 무릉계곡에서 1353m 두타산 정상까지 가는데 소요된 시간은 무려 5시간 13분.
절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겼다.
정상에 올라 느끼는 두타산은 각각 다른 매력을 품에 안고 있는 명산이다.
산을 오르는 중턱은 기암괴석의 골산 느낌이었으나 정상능선들은 완만한 육산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제 하산을 위해 다시 산행코스를 수정했다.
시간이 너무 흘러 하산 길은 예정코스인 청옥산정상등정을 포기하고 박달령중간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청옥산 중간지점인 박달령 박달골로 접어든다.
박달골 곳곳은 비오는 시기는 피해야 할 정도의 가파르고 험한 코스다.
하산 내내 가파른 돌길이 이어 진다.
그러나 이곳 박달골 곳곳에는 석이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 느타리 버섯 ,상황버섯등, 버섯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버섯을 아는 산 꾼이면 채취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곳이다.
버섯 채취와 무릉계곡 풍경을 감탄하는 사이 어느덧 무릉주차창에 도착했다.
오후3시30분.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 명산인 두타산 산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이번 무박산행을 뒤돌아보며 한회원은 이렇게 말했다.
좋은 사람, 좋은 경치, 좋은 버섯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